모밀 좋아하세요?
저는 면으로 된 요리는 모두 좋아하는 편인 것 같아요. 날씨에 따라 어울리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더워지는 날이면 시원한 모밀이 생각납니다. 모밀 하면 ‘여름’, ‘시원하다’, ‘담백하다’가 떠오릅니다.
저도 모밀 참 좋아합니다. 제가 모밀을 파는 작은 식당에서 2년 반 정도 일한 적이 있거든요. ‘달팽이 식당’이라고요. 그 후로 모밀에 흠뻑 빠진 것 같습니다.
모밀식당에서 일하셨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는군요. 2년 반이면 꽤 오랫동안 일을 하셨는데 모밀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이름은 처음 들어보지만, 오다가다 “저 집은 참 무심하게 간판을 해놨구나”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곳이네요.
예. 다섯팀 정도 겨우 들어갈까 말까 한 공간이었는데 연세가 어느 정도 있으신 사장님 부부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습니다. 모밀과 화이트 와인의 조합을 상당히 선호하셨고요. 하여간 음식뿐 아니라 삶에서도 상당한 기교가 느껴지는 곳입니다. 이 썰은 기가 막히게 길어서 다음에 한 번 풀어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때 기가 막히게 들어보겠습니다. 그곳이 지금의 모밀 사랑을 만들어주셨다고 봐도 되겠군요.
예. 그때의 모밀이 제 인생에서는 가장 맛난 모밀로 기억됩니다. 언제 한번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대접이라니 감사한 말씀이네요. 모밀은 면도 면이지만 장국의 역할이 상당히 크다고 생각이 됩니다.
시원하면서 적당히 짭짜름하고 모밀의 심심한 간과 많이 흘린 땀을 보충해주는 역할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밀 맛은 장국과 면의 적절한 콜라보로 완성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장국 맛도 가게마다 참 다릅니다. 어떤 곳은 맑고 짭조름하고, 어떤 곳은 달달하고 희문씨는 어떤 맛을 선호하시는지요? 저는 오늘 간 집도 상당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면도 부담스럽지 않은 적당한 굵기와 삶기였고요. 오랜만에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켜 본 것 같습니다.
진영씨와 많은 식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몇 번 있는 기억 중에 가장 시원하게 드신 것 같더라고요. 추천한 입장에서 괜스레 뿌듯했습니다. 장국의 맛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인지는 하지만 선호하는 스타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오늘 간 집의 장국은 꽤나 마음에 듭니다. 저는 맛도 맛이지만 그날의 분위기와 같이 먹은 사람과의 케미스트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고 보니 홍대 맛집이라는 곳에서 토마토 모밀 소바와 모밀 김밥, 망원 맛집이라는 곳에서는 단새우 소바를 먹었는데 크게 실망한 기억이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장국에 담긴 모밀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찍어 먹는 판 모밀이 제 스타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판 모밀 참 좋아합니다. 장국에 담긴 모밀은 미미면가에서 가장 맛나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판 모밀은 몇 번 적셔서 먹으면 맛이 간간해져서 장국이 탄탄하게 잘 받쳐줘야 하는데요. 모밀은 아무래도 장국 한 사발을 다 들이켜는 기준으로 평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처럼요.
제가 처음 먹은 판 모밀은 종로 미진으로 기억됩니다. 그때 같이 간 분이 “장국에는 무조건 파 왕창, 무 왕창”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셔서 아직 그렇게 토핑을 왕창 넣어 먹고 있습니다.
“파 왕창 무 왕창” 좋지요. 와사비는 생 와사비가 들어가면 참 좋은데 몇몇 가게들은 겨자로 대체되는 것이 참 아쉽습니다. 저는 생 와사비가 들어간 것만 먹어 그런지 겨자가 장국의 맛을 해치더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 무엇인가 허전하다 느꼈는데 그것이 생 와사비였군요. 사실 오랜만에 겨자를 봐서 조금 놀랐습니다. 모밀은 좋아하신다고 하니 혹시 면 말고 메밀전이나 막국수와 같이 메밀로 만들어진 음식도 좋아하시는지요?
의외로 메밀전에는 손이 잘 안 가네요. 그런데 모밀과 메밀, 같은 말일까요?
모밀과 메밀 중 어떤 것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둘 다 맞는 건지 찾아봤습니다. 메밀의 방언이 모밀이라고 하는군요. 왜 변형되어 부르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