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아닌 관계
이진영: 관계에 대한 다름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다름의 가장 본질적인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장희문: 진영씨는 결혼하고 나서 어떤 부분에서 다름을 많이 느끼시나요? 보통 연인 시절에는 성격, 음식, 취미 등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곤 하지요. 부부가 되고 나서 가장 처음 느낀 다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이진영: 연인 때는 함께 하는 스펙트럼이 상대적으로 좁기 때문에 일상에 근접한 호흡만을 맞춰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 주신 성격, 음식, 취미처럼요. 또는 연인관계에 있어 가장 우선시 하는 부분들을 보거나요.
이진영: 결혼을 하게 되니 연애 이면의 것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연인 때 보게 되는 다정함으로 결혼을 결심했는데, 실생활의 A to z를 꾸리는 일에는 약하거나요. 처음에는 ”다정함에 속은 것인가?”라는 긴가민가함과 갖은 감정들이 다 느껴집니다만 반면에 제 컨디션을 가장 우선시 생각해주시는 해바라기 형의 면모가 돋보입니다. 그래서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며 만들어가면 되니까요. 이러한 관계 속에서 너와 나의 다름을 빠르게 헤아리고 복식조로 타협해 나아간다면 흔히 말하는 “결혼하고 변했다.”라는 편파적인 배신감으로부터 탈피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진영: 얘기가 길었네요. 희문씨는 연인 관계에서 어떤 다름을 마주하셨나요?
장희문: 연애에서의 다름은 표현방식. 즉, 화를 표출하고 해결하는 방식의 다름을 느꼈습니다. 저는 어떠한 문제가 생긴다면 최대한 빠르게 바로 해결하고 싶어하는 반면, 상대는 저에 비해 혼자만의 긴 시간을 가진 후에 해결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해하기 쉽지 않지만 돌이켜보면 이것 또한 사람의 기질과 살아온 환경에 따라 속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진영: 관계에서 가장 큰 부분인 갈등의 해결 방법이 달랐네요. 저도 빠르게 해소하는 방향을 선호하지만, 감정이 상하면 어떤 격앙된 언어들이 오가기도 하고, 가라앉힐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이죠. 성향이 다른 사람들은 중간으로 타협해 나아가면 된다고 합니다. 가령 덜 불편한 사람이 더 불편한 사람에게 반쯤 맞춰주는 것이죠.
장희문: 20대까지만 해도 다르지 않고 거의 비슷한 사람과 관계를 이어간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다름을 얼마나 서로가 인정해주느냐가 관계를 이어가게 해주는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이진영: 좋은 포인트네요. 다름을 받아들이는 순간 수용범위가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집행 전 유예 기간이 늘어난다고나 해야 할까요? 이 지점에서 관용의 자세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장희문: 다르면 틀렸다! 라는 것이 이제는 다를 수도 있지! 라고 바뀐 것처럼요. 이것은 저희가 이타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요? 나이라는 것 때문일까요?
이진영: 관용의 자세가 생긴 것으로 생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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