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12월이 되면 동네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캐럴이 들리기 시작하면서, 트리가 하나둘 보이죠.
이: 거리의 가로수는 화려한 빛을 뿜어내죠. 집 앞 공원도 노란색 조명으로 나무를 따갑게 감쌌네요. •나무는 고통스럽다고 한다• 어른이 된 나에게 기대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있으신가요?
장: 제가 기억이 있던 어린 시절로 거슬러 가봅니다. 이미 산타라는 존재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아는 어린이여서일까요? 기대하는, 기대되는, 받고 싶은 선물이 없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크리스마스입니다.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먹는 저녁 시간이 선물이면 어떨까요? 추상적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생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산타의 존재를 믿지 않는 어린이라니… 매우 드문 일이네요.
장: 예. 저도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선물을 줄 리가 없기 때문인지, 아버지가 산타인 척하신 것을 제가 알았던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요. •산타 아빠를 본 기억이 없다• 산타를 믿으셨나요?
이: 어설픈 산타를 아버지로 인지하는 순간 판타지가 사라져 버린 거군요. 저는 10살까지는 믿고 있었던 것 같은데요. 산타 할아버지 그 자체를 믿은 어린입니다.
장: 아마 눈에 보이지 않아서 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산타인 ‘척’을 하신 적이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버지는 “선물 사간다”고 미리 알려주시는 분이거든요. 다른건 몰라도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꼭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이 먹어본 것 중에 맛있는 것은 무조건 누나와 저에게 꼭 사주시거든요. •장은 어릴 적부터 장난감, 인형 등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부모님의 증언•
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산타 얘기를 잔뜩하고 온 어느 날 엄마에게 “산타는 진짜 없는 거지? 있는 거 맞아?”라며 의심하자,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던 모습이 생생합니다. 아버지도 혹시 T이신가요? 애초에 산타의 환상을 심어주지 않으셨네요. 게다가 장난감을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얼로 대신할지 대단히 고심이 깊으셨을 것 같은데요.
장: 어릴 적 싫증이 강해서 그런지 갖고 싶을 때 갖지 못하면 원했던 선물이라도 그렇게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집안 자체가 이벤트를 크게 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동지, 생일 같은 것을 절대 지나치지는 않지만, 행사를 크게 하지는 않음• 진영씨는 어떤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보셨나요?
이: 분홍색의 헬로키티 망원경과 미피 손목시계가 생각나네요.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미리 얘기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아래로 부리나케 뛰어갑니다. 하얀 스타킹에는 제 이름을, 양말 두어 가지에는 엄마와 아빠 이름과 선물을 적어두고서요. 엄마 양말에 대충 든 오백 원을 보고 ‘이 뜬금없는 건 뭐지’라는 작은 의심은 했으려나요. 대게 제 크리스마스 선물은 언니가 준비했던 것 같지만요. •10세 이상 차이의 언니가 있음•
어른이 되어서도 이 작은 설렘을 지키고 싶은 건 왜일까요? 지금도 이브날 밤이 되면 양말을 놓고, 크리스마스 아침 일찍 저희집 어른이에게 줄 선물과 카드를 얹어놓습니다. 아침에 비빈눈으로 서로 카드 읽어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장: 형제가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네요. 진기한 장면입니다. 크리스마스 하면 창문과 양말이 떠오르네요. “문을 완전히 닫아놓으면 산타가 못 오니 살짝 열어놔야 한다”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죠. 얼마 전에 궤도라는 분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속도에 대해서 말한 영상을 본 적 있는데 참 재밌더라고요. 아예 산타를 생각하지 않은 저에게는 흥미로운 시선이었습니다.
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는 속도가 어떤 이야기죠?
장: 1초에 1,050m를 달려야 한다고 하네요. 산타 할아버지는 늙지 않는 속도로 달리기에 지금까지 정정할 것이고, 초당 820가구의 선물을 줘야 하기에 “준다”보다는 레이저처럼 “쏜다”의 개념이라 거실에 돌아다니다 선물에 맞아 몸이 뚫릴 수 있어 꼭 자야 한다고 합니다.
이: 흥미롭네요. 저는 산타 할아버지는 굴뚝을 통해 들어온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침 집 옥상에 굴뚝이 있어 이 좁은 구멍으로 어떻게 들어오나 하고 한참 살펴본 적도 있죠.
장: 집 옥상에 굴뚝이 있다니 재밌네요. 궤도님의 말씀이라면 진영씨의 어린 시절 굴뚝 보는 행위가 상당히 위험했습니다. 어린 시절이니 가능한 기대였을 수도 있네요. TV나 다른 곳에서 알고 있는 산타는 할아버지이고 배가 조금 나와 있으신데 굴뚝이나 창문으로 쉽게 들어오시니 말이죠.
궤도 '산타 할아버지가 주는 선물의 속도': https://youtube.com/shorts/iowuz6i9w7Y?si=DRUAzGSwdI93Kl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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