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문: ‘나이’와 ‘서열’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질문을 드려봅니다. 진영씨는 처음 만나는 관계에서 나이를 먼저 물어보시는 편인가요?
이진영: 네. 저는 호기심이 많아 먼저 물어보는 편입니다. 실례를 범할 수도 있으니까요. 나이를 오픈한다고 해서 특별히 저에게 반말을 먼저 찍-찍 쓰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하시는 분들은 잘 보지 못했습니다. 간혹 ‘나이’와 ‘서열’로 반말을 하사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예의에 중점을 두고 생각합니다. 나이 어린 사람에게 반말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꼰대 마인드가 적용되면 글쎄요. 쉽지 않겠는데요?
장희문: 저는 먼저 물어본 적이 극히 드문 것 같습니다. 나이를 따지는 분들은 대체로 본인이 ‘저’보다 나이가 ‘많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계시더라고요. 나이라는 숫자를 교환하고 나면 어깨가 펴지면서 말투가 내려갑니다. 체구가 작은 탓에 어려 보였는지 제 나이를 듣고 흠칫하는 분들도 제법 봤고요. 그래서인지 저는 나이를 묻는 행위 자체가 “당신과 편하게 지내고 싶다.” 또는 “나보다 어릴 것 같다”라는 선입견이 생겼습니다. 말씀처럼 잘못된 행위는 아니기에 꼰대 마인드가 발동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진영: 예의 없는 사람에게 반말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장희문: “예의가 없다!”라고 느낄만한 분을 본 적은 없지만, 저는 끝까지 존댓말을 쓸 것 같습니다. 똑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으니까요. 상상으로는 그대로 되갚아줄 것 같지만,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지 스스로에게 궁금합니다.
이진영: 저도 예의 없는 분께는 오히려 존댓말을 통해 간극을 유지합니다. 한 가지 에피소드가 생각나네요. 저는 손윗사람에 형님이 계셔서 가족 모임에 가면 어른들께서 나이도 많고, 아랫사람이니 말을 편히 하는 것을 권유하시기도 하는데요. 아직 형님께서 존대를 해주셔서 매번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존대와 반말의 경계에는 관계가 무르익는 시간도 필요하단 생각이 드네요.
장희문: 원만하게 해결되어 다행이네요. 간혹 나이뿐 아니라 직급 등으로 존대를 받으려는 분들도 더러 있죠. 다른 이야기로 저도 존대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대학 시절 1년 후배 학생이 “저보다 나이 많으시니까 말 편하게 하세요. 형” 했지만 제가 “네. 편하게 하세요” 하면서 계속 존대했더니 그 친구가 어느 순간 저를 아는 척도 안 하던 게 기억나네요. 너무 거리를 뒀나 봅니다. 그 친구는 잘 지내고 있을 겁니다.
이진영: ‘나이’로 ‘서열’을 정하는 행위에는 순서 상관없이 거리를 두시는군요. 반면에 흔치 않은 경험도 있습니다. 제가 7월 호에 잠시 기재한 달팽이식당의 사장님을 말씀드리면요. 60대에 가까운 연식이신데도 불구하고 항상 “진영씨, ~드십시오.”, “~하십시오.” 등의 *경어로 지금까지 저를 대해주십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표현이 있지요. 나이와 서열에 관계없이 경어를 쓰시는 태도에서 어떤 고결함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말해서는 멋있고요. 경어가 상대방이 아닌 나 자신의 품격을 높여주는 표현이구나.라고 느낀 대표적인 예입니다.
경어(敬語) - 상대를 공경하는 뜻의 말.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